찬 바람이 부는 12월,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속에서 구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바쁘고 길었던 한 해를 돌아보면 각자만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쌓아오신 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시간들이 올해를 단단하게 채워주었기를 바라며, 이제는 조금씩 마무리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할 여유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번 달에도 저희는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하루의 작은 활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소식을 담아 12월호를 준비했습니다. 한 해를 함께 걸어온 마음으로 정성껏 전하는 이야기들이니, 천천히 즐겨주시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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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MC VISON 2025 기획 시리즈 통하는 이야기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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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CKMC>는 올해 4월부터 매달,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 웹툰 및 웹소설 작가들의 기획 인터뷰 시리즈 <통하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웹소설 <성황의 아이들>로 해외에서도 <Children of the Holy Emperor>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글로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페인나무’s 작가님과 함께 문화권을 초월하는 보편적 감정의 힘과 복합 장르 융합의 비결, 그리고 통하는 이야기에 대한 작가님만의 창작 철학을 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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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성황의 아이들> 표지(출처 : 작가 제공)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웹소설 <성황의 아이들>에 대한 작품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웹소설작가 카페인나무’s입니다.
웹소설 <성황의 아이들>은 오로지 효율적인 습작을 써 보자는 계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는 제가 소설 집필을 처음 시도하는 단계였고, 자신의 문체가 어느 장르 소설에 적합한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여러 장르를 한꺼번에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무리한 설정을 쏟아낸 감이 없지 않습니다. 마침 우연하게도 연재하던 플랫폼에서 공모전이 열리는 바람에, 본래라면 짧은 습작으로 끝났을 소설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Q. 웹소설 <성황의 아이들>은 ‘카카오페이지X조아라 공모전 수상작’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성황 가족 각자가 '먼치킨', '회귀자', '플레이어' 등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창작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 이 소설을 구상했을 때는, 여러 장르를 짧은 습작 내에서 두루 경험해 보겠노라는 무리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등장인물을 한 장르의 전형적인 주인공처럼 보이도록 설정했습니다. 만일 처음부터 상업화를 고려했다면 절대로 캐릭터들을 이렇게 조형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장르의 주인공을 다뤄보려 했는데 이것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님을 매일 새로이 깨닫고 있으며, 혹여나 저와 같은 시도를 하려는 분이 계신다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싶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무리한 설정이라고 하시지만, 독자들은 작품에 대해 "회수 안 하는 떡밥이 없다", "작가의 큰그림이 끊임없다"고 평가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은 독자적인 설정 관리법을 찾을 만큼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초반의 설정을 잊지 않도록 계속 머릿속으로 상기하고 있으며, 독자 여러분들이 예측 가능한 선에서 무리하지 않게 스토리를 전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초보 작가의 무리한 설정과 서툰 전개를 독자분들이 너그러이 봐주시는 이유는, 아마도 소설의 캐릭터 그 자체를 사랑해 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화 달리는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되도록 처음 설정한 캐릭터성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스토리와 독자 몰입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한 가장 훌륭한 예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스피디한 전개를 포기하더라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괜히 서두르다가 오히려 사건의 성의 없는 나열이 되어 몰입도를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해외에서도 <Children of the Holy Emperor>로 번역되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또 문화권을 초월해서 '통하는 이야기'가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문화권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에 뿌리를 둔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간의 사랑, 갈등에서 오는 아픔, 성장과 변화의 과정,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소속감에 대한 갈망 같은 경험은 어떤 문화권에서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성황의 아이들> 또한 다양한 가족애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해외 독자분들도 큰 무리 없이 이야기에 몰입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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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나무’s 작가의 책상(출처 : 작가 제공)
Q. 웹소설 시장에서 수많은 빙의물, 회귀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차별화된 재미를 주려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요?
빙의물과 회귀물 등의 장르가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생각해 본다면 우선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단순한 사이다 전개에 그치기보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한층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만 있다면, 독자들이 소설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차별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장르의 융합입니다. 서로 판이한 장르를 하나로 융합하는 데 성공한다면, 기존의 진부한 톤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Q. 공모전 수상부터 지금까지의 연재 과정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부분과 그것을 극복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연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으며, 지금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집필 시간 확보입니다. 처음 이 소설을 연재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비교적 업무가 한가해진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겸업 중인 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좀처럼 원하는 만큼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쪼개 짧게 짧게 집중하는 방법이 한동안 유효했습니다만, 피로도가 점점 커지는 듯해 지금은 또 다른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학생들처럼 스토리 창작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핵심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를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이 진심으로 애정을 느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작가가 먼저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독자 역시 이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작가가 먼저 등장인물의 고민과 상처를 이해해야만 읽는 사람의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왜 그럴까?'를 반복해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표면적 이유 너머에 있는 진짜 동기를 파악해야, 비로소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이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인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이 사랑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세요. 그것이 하나의 소설을 끝까지 완주하는 데 무엇보다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정리 : 조희정(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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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새로운 웹툰과 웹소설. <야옹이 평가단>의 추천 작품을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12월 야옹이 평가단은 괴물을 소재로 한 네 편의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웹툰 <르르르>, <똑 닮은 딸>, 웹소설 <괴물 여기사는 육아휴직을 원한다>,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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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르르
우파람 글/그림, 네이버 토요웹툰 #스릴러 #액션아포칼립스 #크리처 #생존
평범한 고등학교. 주인공은 옆자리 짝과 티격태격하며 적당히 지루한, 여느 날과 같은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이한 구체가 운동장 한복판에 나타났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화도 SNS도 터지지 않고, 어떤 학생은 “르르르”라는 방언 같은 말을 터트리며 괴생명체로 변합니다. 이어 괴생명체가 학살을 시작하며, 평범이란 단어는 산산이 조각나고 맙니다.
연재를 시작한 지 2주 차지만, 현재 네이버웹툰 인기 신작 TOP10 1위 기록하는 괴물 신작입니다.
🐈 솔직히 고구마 전개에 민폐캐까지 있는데, 계속 보게 만든다. ★★★★
🐈 괴물 디자인, 그로테스크해서 좋습니다. 좀비 학원물 질렸는데 신선해요. ★★★☆
🐈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만들 거 같아서 미리 예습한다 생각하고 보는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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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닮은 딸
이담 글/그림, 네이버 월요웹툰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학원물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죠. 최근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로 인기 순위 급상승 중입니다. 비슷한 소재나 분위기를 담은 다른 작품들이 순위 하락하는 가운데, <똑 닮은 딸> 조회수는 매주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깝고 내 편이어야 할 사람이 괴물일 때, 그 주변인마저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나락도 락이라면, 위장연애도 연애다. 저는 소명X시윤에 한 표 던집니다. ★★★★☆
🐈 “명소민이 우리 엄마라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
🐈 소명이 자꾸 노빠꾸로 밀어붙여서 더 불안함. 더 큰 일 저지르기 전에 밑밥 까는 것 같음. 작가님 살살 좀 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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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여기사는 육아휴직을 원한다
코스모로지 글, 네이버 시리즈 완결 #로판 #먼치킨여주 #여주판 #모험 #육아
‘검은 괴물’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제국의 총사령관 루시아, 그녀는 대륙 최초이자 마지막 그랜드 소드마스터입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은퇴 후 40년을 산골짜기에 은둔해 살다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기이하게도 스무 살의 기사단장 시절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은퇴하게 만들었고, 씻을 수 없는 죄의식을 갖게 한 어린 성녀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명령을 받아 그 성녀를 봉인하기 직전으로 회귀했음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결심합니다. 이번 생만큼은 어린 성녀를 지키기로. 그녀는 황제에게 육아휴직을 요청합니다. “제가 다섯 살짜리 아이를 돌봐야 해서요.”
최근 네이버웹툰에서 동명의 노블코믹스 연재가 시작된 이후, 웹소설 원작의 인기가 재점화된 작품입니다.
🐈 귀엽습니다. 귀엽다고요. 아주 귀엽다니까요. ★★★★☆
🐈 소드마스터 여주와 말랑콩떡 아기 성녀? 냠냠쩝쩝. ★★★★
🐈 육아 1도 모르는데 덜렁 애를 키우게 된 소드마스터 여주. 근데 그런 여주도 사실 보육원 출신임. 이거 정말 대작명작이고,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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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
장탄 글, 네이버시리즈 완결 #현판 #상태창 #전문직물 #연예계 #먼치킨
이런 얘기 들어보셨죠? 친구 따라 오디션 구경 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은 이야기. 주인공 우진은 워킹홀리데이를 앞둔 어느 날 배우 서바이벌 오디션에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생각 없이 따라간 오디션장에서 스태프가 지원자인 줄 알고 오디션용 쪽대본을 건네줍니다. 그 쪽대본 하나가 우진의 이능력을 일깨우고 맙니다.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보면 아공간에 들어갈 수 있고, 아공간을 통해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능력이죠. 이 이능력은 주인공을 순식간에 천재 배우로 등극하게 만듭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동명의 노블코믹스 역시 흥행한 바 있습니다. ‘괴물’이란 키워드에 맞춰 혹여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소개해 드립니다.
🐈 전문직물 웹소 필수 코스 아님? 근데 웹툰 버전도 재밌음. ★★★★☆
🐈 고구마 없는 시원한 서사, 거침없는 먼치킨 주인공, 그리고 신선한 설정의 능력. 추천. ★★★★
🐈 안 보셨다고요? 과거에서 오셨나요? ★★★★★
정리 : 박세림(웹소설창작전공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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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창작자들의 직판 굿즈를 만나다! <CKMC 만팝展>
유독이나 이벤트가 많은 연말입니다. 2025년 12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서울 용산의 공간 오즈에서 만화콘텐츠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의 직판 굿즈展이 열립니다.
웹툰만화와 웹소설 등 만화콘텐츠스쿨 학생들의 통통 튀는 감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행사,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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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청강문학상 공모전> 수상작 발표
2022년 제1회를 시작으로 벌써 네 해를 맞은 <청강문학상>. 올해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재학생은 물론, 외부인의 출품을 허용한 첫해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대상 <서드 아이 홈리스>을 시작으로, 우수상 <볼셰비키 혁명사>, 장려상 <태양을 부술 때> 등 소재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아래는 <청강문학상>을 운영한 만화콘텐츠스쿨 전혜정 교수의 총평입니다.
2025년 청강문학상은 처음으로 청강 재학생 외에도 외부인의 출품을 허용한 공모전이었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연령대의 경험과 시선, 다양한 소재로 풍요로워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문학적 상상력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SF적 설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탐구하는 작품들이 두드러졌으며, 세대 간 갈등과 가족 관계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상작들은 각각 독특한 문학적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상 수상작 <서드 아이 홈리스>는 SF적 상상력과 사회적 통찰을 잘 결합했으며, 우수상 <볼셰비키 혁명사>는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른 수상작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노숙, 환경 디스토피아, 노인 학대)를 진지하게 탐구했습니다. 가작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완결성이나 주제의 깊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보여준 진지한 문제의식과 실험정신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아깝게 최종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예선을 통과하여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했던 작품으로는 <사원증> <누가 내 뼈를 훔쳐갔을까> <새하얀 세상에서 눈을 뜬다> <발아> <알려지지 않은 증상> <18시 11분의 버스> <퀘렌시아> <A를 찾아서> <등대와 고래> <넥타이를 사수하라> 등이 있었습니다.
대상을 비롯한 모든 수상작과 그에 대한 심사위원 코멘트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4회 청강문학상 공모전 수상작 발표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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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CA COMICS & GAMES 2025 참가 후기
12월의 [CKMC SPECIAL]은 만화콘텐츠스쿨 양혜림 교수와 양세준 교수의 이탈리아 ‘루카 코믹스&게임즈 LUCCA COMICS & GAMES’ 참여 후기입니다. 양혜림 교수가 직접 들려주는 ‘이탈리아에서 한국 웹툰을 외치다!’. 그 생생한 현장을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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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쿄에서 개최한 ‘차세대 웹툰/만화 크리에이터 육성 포럼’의 Q&A 세션, 여러 질의가 오가던 중에 객석 한쪽에서 손을 든 분이 있었습니다.
‘어? 저분은... 일본인이 아닌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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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봐도 전형적인 일본인의 모습은 아닌 카테리나 씨
이것이 이탈리아 루카 망가 스쿨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카테리나 로치(Caterina Rocchi) 씨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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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망가 스쿨 바로가기
이후 한국에 돌아와 루카 망가 스쿨에 대해 찾아보고 여러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루카 지방에 위치한 망가(일본식 출판만화) 전문 교육기관이라는 것, 최근 웹툰 교육 코스도 개발하며 커리큘럼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일본에서 만난 이탈리아 만화 교육기관’이라는 신기한 인연을 되새기고 있을 때쯤, 카테리나 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2월에 학교에 찾아가도 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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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조장호 원장과 루카 망가 스쿨의 설립자이자 대표 카테리나 로치
[관련기사 바로 가기: 중앙일보 ‘청강문화산업대-이탈리아 루카 망가스쿨, 교류 협력’]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가지면서, ‘루카 코믹스&게임즈 LUCCA COMICS & GAMES’라는 행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 3대 만화 축제의 하나라는 카테리나 씨의 소개에 ‘아, 우리가 너무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만화를 알고 있었구나’ 하고 반성도 했지요.
루카 망가 스쿨은 루카 코믹스 행사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괜찮다면 청강대 만화콘텐츠스쿨을 초대하고 싶다는 카테리나 씨의 말에 우리는 참여를 정식으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말, 양세준 교수님과 저는 이탈리아 루카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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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이미지 바로 가기
루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 규모는 작지만 1799년 프랑스에 함락될 때까지 ‘루카 공화국’의 지위를 유지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도시 전체를 완전히 둘러싼 성벽인데,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그 위를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근처에 있는 유명한 도시로는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가 있습니다.
루카 코믹스에 본격 참여하기 전에 카테리나 씨의 소개로 루카 망가 스쿨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총 7개의 교실, 50개의 침대. 장기간 머무는 학생들을 고려한 시설이었습니다. 원래 가게였다는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해, 미로 같은 느낌을 주는 100년 넘은 학교 건물, 교실마다 붙어 있는 선생님들과 방문 작가들의 원화, 그리고 상주 셰프가 직접 해주는 요리...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카테리나 씨가 직접 잡지를 뜯어 만들었다는 이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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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리나 씨가 직접 잡지를 뜯어 만든 가구
그리고... 왠지 모르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이탈리아인 선생님들?!
망가 교육기관이다 보니 다들 일본 문화와 일본 만화가에 익숙해서 이웃 국가(?)인 저희에게도 일본식으로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정작 인사를 받는 저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보... 본 조르노...?” 하고 있어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90도로 허리를 꺾지 않아요...
첫날 저녁에는 20여 명의 루카 망가 스쿨 선생님들과 OB들을 소개받으며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양세준 교수님이 반쯤 농담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3시간 쯤 한다는데 정말인가요?”라고 물으셨는데, 루카 선생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갸웃하시더니 “보통... 그렇죠...?”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우리 이탈리아 인들은 먹는 것 자체는 빠른데, 말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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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저녁 식사 중인 이탈리아 행사 관계자들과 양혜림 교수(오른쪽 두 번째)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았냐 하면... 역시 만화 이야기였습니다. 본인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이야기하고, 본인의 인스타 계정을 열어 그림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작품을 보여달라기도 하고요. 딱히 보여드릴 것이 없었던 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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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만화콘텐츠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 키비주얼 엽서
바로... 저희 졸업작품 키비주얼로 만든 엽서 묶음!
이걸 꺼내는 순간 모두 얼마나 놀라시던지요.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높다며 엽서에 함께 넣은 작가들의 인스타를 실시간으로 팔로우하시는 모습을 보며 콧대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엽서 일러스트 사용을 허락해 주신 분들, 그새 이탈리아 팔로워 좀 늘지 않으셨어요? 모두 제 활약 덕입니다!)
만화 수다로 불타는 밤(다행히 3시간까지는 안 걸렸고 대충 2시간 20분 정도에서 자러 갔습니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루카 코믹스 현장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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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
폭우 속에서도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스러’라서 이 줄을 설 일은 없었죠(후훗).
여러 행사를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아시안이 소수인(!) 행사는 처음이라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루카 망가 스쿨의 부스는 ‘재팬 타운’이라는 구역에 있어서 저희도 자연히 그 구역에 상주하게 되었는데, 주로 일본 만화의 팬들이 모이는 구역이라 어떤 만화가 인기가 있는지 한눈에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귀멸의 칼날』, 『장송의 프리렌』, 『약사의 혼잣말』 코스프레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헌트릭스> 속 3인방도 제법 눈에 띄었고 굿즈는 역시 ‘더피’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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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타운’에 전시된 『나 혼자만 레벨업』 포스터
일본 만화로 가득한 공간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굿즈가 보이니 반갑더라고요! (그 와중에 저 디자인은 게임 버전이군요)
부스에 한국에서 가져온 엽서를 진열하고, 작년 졸업 연감도 전시하고, 학교 홍보자료도 준비하며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그동안 양세준 교수님은 루카 망가 스쿨의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부스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선생님과 소위 ‘연성 교환’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미지는 세계 공용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어요. 행사를 참여한 관객들이 양세준 교수님의 그림을 보느라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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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만화가들과 ‘연성 교환’ 중인 양세준 교수(중앙 저승사자)
‘웹툰의 진화’에서는 웹툰의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변화를 콘텐츠, 미디어, 수용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었어요. 루카 코믹스에 오는 관객 대부분 웹툰에 그리 친숙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 준비한 세션이었는데요. 마지막 Q&A 세션에 ‘그래서, 웹툰의 미래는 어떤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라는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와서 놀랐습니다.
두 번째 세션 ‘망가 VS. 웹툰’. 관객들에게 친숙한 ‘(일본) 망가’와 한국의 웹툰을 비교해, 웹툰에 좀 더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망가와 웹툰 모두 연재 경험이 있는 양세준 교수님께서 빵빵 터지는 개그(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그게 되더라고요)를 섞어가며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시작은 ‘VS’라는 어그로성 대결 구도로 시작했지만, 결국 망가와 웹툰 모두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발전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되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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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진행 중인 만화콘텐츠스쿨의 양혜림, 양세준 교수(왼쪽 두 번째, 세 번째)
그 외에 ‘재팬 타운’ 밖에서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라디오 방송국인 <RADIO BRUNO>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현지 온라인 매거진인 Niente Da Dire와도 인터뷰했어요. 현지 유력 서브컬처 매체이자 커뮤니티인 <AnimeClick>에서 주최하는 어워드에도 참석했는데, ‘가장 많이 조회된 만화’ 부문에서 『단다단』과 『장송의 프리렌』을 누르고 『나 혼자만 레벨업』이 1위를 차지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베스트웹툰상’은 김파스 작가님의 『클라우드』가 차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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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eClick 2025 어워드 ‘BEST WEBTOON’ 부문 1위를 차지한 ‘클라우드’. 이탈리아 웹툰 플랫폼인 ‘Jundo(https://jundo.it/)’에서 대리 수상 중
‘재팬 타운’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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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CA COMICS & GAMES 2025’ 전체 지도. 가장 아래쪽의 빨간 건물이 ‘재팬 타운’입니다.
저희가 세션을 진행한 ‘재팬 타운’ 구역은 커다란 컨벤션 센터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어서 매우 넓었지만, ‘LUCCA COMICS & GAMES’ 전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어요. 오히려 ‘재팬 타운’ 바깥에 흥미로운 것들이 훨씬 많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매우 작은 구역을 차지하고 있던 ‘SELF AREA’(개인 창작자 부스 코너)가 가장 인상 깊었고 즐거웠습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부스를 낸 모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가지각색의 오리지널 작품을 판매하고, 독자에게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려주는 창작자들을 보면서 언젠가 이곳에 우리 학생들이 서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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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일 거예요. 가끔은 밖으로 나와 봐야 ‘아, 내가 좁은 곳에 있었구나’ 알게 되죠. 이러한 각성은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좋아한다/싫어한다’와 같은 호불호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그림을 그리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듯, ‘웹툰 또는 출판만화’, ‘한국 또는 일본’이라는 프레임에서 가끔은 빠져나와 ‘그 밖의 만화’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더라도 말이죠.
만화는 넓습니다. 넓더라고요.
글 : 양혜림(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 겸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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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실은, 우리가 보는 세계는 뇌가 보완하고 덧붙인 결과다. 현실은 주어지지 않고, 언제나 만들어진다.모해규(만화가, 웹툰만화콘텐츠전공) 작품 더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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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이현수 : 한 해 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조희정 : 겨울방학 커밍 쑨!
박세림 : 12월의 꽃말은 종강이죠. 종강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
모난돌 : 2025년 마감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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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CKMC 2025년 12월
발행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편집 : 모해규, 박세림, 조희정, 이현수
디자인 : monandol
🐈⬛ 월간CKMC에 실린 모든 콘텐츠의 권리는 글쓴이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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