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실명 및 회사명, 작품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웹소설 제작의 숨은 주역, 웹소설 PD를 만나다
수년 사이 웹소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다양한 작품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웹소설의 성공 뒤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작품의 기획과 제작을 총괄하는 웹소설 PD라는 직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웹소설 PD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며, 이 직업의 매력과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중소 웹소설 에이전시의 PD로 활약 중인 이시연씨(가명)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시연 PD는 대학 시절 콘텐츠 기획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출판사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웹소설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웹소설 PD에 대해 “단순히 콘텐츠를 관리하는 역할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 사이를 연결하며 작품의 기획, 제작,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직무”라고 소개한다.
“작가는 창작의 주체이지만, 작품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필수적이에요. PD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작가와 독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웹소설 PD는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전 과정을 이끄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같았다.
웹소설 PD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작가 발굴 및 관리다. “잠재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는 일은 늘 도전적이지만 보람 있는 과정이에요. 작가와 신뢰를 쌓아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죠.” 이시연 PD는 작품 초기 단계에서 작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스토리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와 플롯을 구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조언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시장 분석 및 트렌드 파악이다. “웹소설 독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합니다. 시장에서 어떤 장르가 인기 있는지, 어떤 서사가 흥미를 끄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해요.” 그녀는 트렌드 분석과 독자 피드백을 통해 작품 기획 방향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판타지 로맨스나 현대 BL 장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이를 반영해 PD들은 관련 장르를 집중적으로 기획하기도 한다.
셋째는 비주얼 및 플랫폼 최적화 작업이다. “웹소설은 표지나 타이틀, 그리고 첫 화의 임팩트가 독자 선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작품의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마케터와 긴밀히 협력하며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이시연 PD는 실제로 여러 히트작을 기획하고 제작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최근 그녀가 기획한 한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큰 기대를 모았고,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웹툰화와 드라마화까지 논의 중이다.
“이 작품은 강렬한 세계관과 반전 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기획했어요. 작가와 함께 수십 차례의 회의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죠. 특히 캐릭터 설정에서 왕궁 내부의 긴장감과 복잡한 인간관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표지 디자인부터 제목 선정, 그리고 플랫폼 연재 방식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어요.”
이 작품은 단기간에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플랫폼 내 인기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시연 PD는 “내가 기획한 작품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더 나아가 다른 미디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는 건 정말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웹소설 PD의 모든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이시연 PD는 작가와의 의견 충돌, 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 반응 등 다양한 어려움을 언급했다. “PD는 조율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의 창작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야 하죠.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그녀는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며 배우는 것이 웹소설 PD 직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에요. 시장 반응을 분석하고 다음 작품에서 개선해 나가다 보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웹소설 PD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시연 PD는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소통과 협업 능력은 필수입니다.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중재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이시연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웹소설 PD가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넘어 창작과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웹소설이라는 세계를 무대 뒤에서 조율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PD들의 열정은 앞으로도 웹소설 시장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이야기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웹소설 PD라는 직업은 단순히 콘텐츠 기획을 넘어선 하나의 창작 과정이었다. 웹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직무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꽃피우길 기대한다.(*)
정리 : 조희정(웹소설창작전공 교수)